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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다(論多)/사회論하다

군 장교전역자가 본 추미애장관 아들 논란

by cocogoon 2020. 9. 4.

장교로 육군에서 7년간 복무했다. 소대장 - 인사장교 - 군수장교 - 중대장 - 작전장교 - 지원과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전역했다. 지난 2013년 전역을 했으니 이제 전역 7년차이다. 아직도 많은 동기생들이 군에 남아있고 여전히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중에 있다. 그리고 군 시스템이 전역 후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기본원칙은 비슷할 것이다. 이런 가정하에 내가 알고 있는 군에 비춰 이번 사건을 말해보고자 한다.

 

우선, 육군은 "육군규정'을 통해서 모든 것들이 정해진다. 그 내용이 세분화 되어 있어서 문서 작성의 순서까지도 들어가 있다. 물론 전부를 담지 못하기에 각 부대에서는 "내규"를 통해서 보완하고 있고 군의 특성상 '지휘관재량'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규정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육규이외의 행동은 모두 불법이라는 뜻.

 

그래서 추미애장관의 아들이 병가규정을 어겼는지는 까보면 된다 3년정도라서 규정상 문서보관은 2~3년 또는 5년일텐데 5년이라면 자료가 남아있을테니 열어보면 된다. 그리고 그 문서라는게 인트라넷을 통한 전산화되어 있어서 찾는게 어렵지 않다. 병사의 휴가,외출,병가 등등 다 명령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산기록을 찾아보면 다 나온다. 그게 행정적처리가 뒤늦게 되어 있더라도 전산행정처리는 반드시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게 안되어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추미애장관의 아들이 규정을 어겨 추가적인 병가나 휴가를 다녀온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연이어서 30일 가까이 병가와 휴가를 가는건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내가 7년간 근무하면서 내 부하들이 그랬던 적이 기억상 없다. 아예 후송을 가서 전력에서 이탈할 정도로 개인 신변의 이상이 생긴게 아니라면 통상의 업무를 수행할 정도의 자원이 30일 동안 전력에서 이탈하는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이다. 물론 내가 추미애 장관의 아들 상태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신체상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군대에서도 지휘계통이 있고 참모계통이 있기 때문에 병사의 상관이 단독으로 처리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추측하기로는 병사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심리상 어머니가 당시 여당의 당대표였기때문에 더 배려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랬다면 행정상으로도 완벽하게 남겨놓았어야 한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외압이 있느냐의 문제다. 기사로는 보좌관이 전화를 해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하는데..

경험상 그게 통용이 되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만 해도 장군에게 누구좀 잘 봐줘~라고 전화가 오면 네라고는 대답은 해도 실제로 좀 더 우대해주는 것 없다. 그냥 똑같이 대해준다. 당대표의 아들이라고 더 잘해줬을까? 오히려 나는 더 감시의 눈을 했을 것 같다. 보좌관이 전화해서 휴가좀 연장해달라고 했을 때, 그 외압에 굴복해서 연장을 해줬을까? 나는 그게 쉬울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육군규정을 어겨가며 무언가를 했을 때, 그것이 밝혀졌을 때에는 고스란히 내가 피해를 받기 때문이다. 설사 보답을 한다해도 그가 대체 무엇을 보답할 수 있을까? 진급? 글쎄..그런 불확실한 것에 도박할까? 전역후 취업 보장? 이 정도라면 어느정도 도박을 할만 하다. 그럼에도 보는 눈이 많다 아무리 폐쇄적인 군대라지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이번 추미애아들 장관의 논란의 경우는 추미애장관의 말을 믿어보고 싶다. 내가 경험한 군대가 전부는 아닐지어도 그런 부당함에 눈감고 침묵할 조직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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